
마실 수 있는 물이냐 아니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그렇게 일순간에 프레임 안에 들어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로 방사선 입자물리학자인 웨이드 앨리슨의 발언 직후부터였다. 그는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했고, 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초청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후 뒤늦게 한국원자력발전소 측에서 ‘한 과학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마실 수 있는 물과 마실 수 없는 물의 대결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자체를 대변해 버린 뒤였다. 얼마 전에는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가 BRIC 게시판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 마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과학적으로 판단할 일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과학자의 소신이라는 외피를 입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정치적 논쟁의 깃발을 세워버린 셈이 되었다. 오염수 방류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살피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의심들은 가짜뉴스와 선동과 왜곡이라는 프레임 안에 함께 담겨지는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0문 10답』은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과 반핵의사회가 공동으로 제작한 소책자다.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과 탈핵신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용석록 편집위원장이 공동으로 쓴 이 소책자에는 다음의 열 가지 질문이 수록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무엇인가, 오염수에는 어떤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가, 알프스(ALPS)는 어떤 장치이며 오염수 정화를 할 수 있는가, 평상시 핵발전소가 바다에 버리는 방사성 물질과 후쿠시마 오염수는 무엇이 다른가,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어떤 물질인가,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오염수 해양투기로 수산물에 영향이 있는가, 오염수 해양투기는 국제법상 위반행위인가, IAEA의 검증을 믿을 수 있는가, 한국 정부와 다른 나라의 대응은 무엇인가.
지면을 통해서 10문 10답을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소책자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합리적 의심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삼중수소와 탄소-14 등을 처리하지 못하는 ALPS 설비가 방사능을 확실하게 저감할 수 있는 장치인지, 도쿄전력이 해양에 투기할 핵종 7개만 검사했으며, 해양에 투기하는 경우에도 30종만 검사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그 이유라면, 이것이 과연 올바른 과학적 데이터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게다가 일본의 탈핵 단체나 전문가들은, 해상 방출 외에 육상에서 장기 보관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형 탱크를 사용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콘크리트화하는 모르타르 고체화 등은, 바다에 배출하는 것에 비하자면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최소화할 더 나은 방법이다. 또한 보관하는 기간 동안 방사능이 줄어드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오염수를 마시느냐 아니냐, 류의 논쟁이 무책임의 극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수준 높은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이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다양하게 작용하며,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먹이사슬 안에 깊숙하게 침투하리라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과학적 상식이다. 이미 기존의 방사성 물질 유출만으로도 일본 생태계에서는 생물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슘 검출률 46%에 이르는 농어가 있다는 것은 괴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의심과 불안은 측량되지 않는다. 의심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과학적 대답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러나 종종 어떤 과학은 측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의심과 불안을 거짓으로 몰아친다. 인간의 생명만 걸지 않고, 지구생태계 전체를 걸고서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
마실 수 있는 물이냐 아니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그렇게 일순간에 프레임 안에 들어가 뜨거운 논쟁거리가 된 것은, 영국 옥스퍼드대학 명예교수로 방사선 입자물리학자인 웨이드 앨리슨의 발언 직후부터였다. 그는 희석되지 않은 후쿠시마 물 1리터를 바로 마실 수 있다고 했고, 이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초청한 행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이후 뒤늦게 한국원자력발전소 측에서 ‘한 과학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지만, 이미 마실 수 있는 물과 마실 수 없는 물의 대결이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 자체를 대변해 버린 뒤였다. 얼마 전에는 박일영 충북대 약대 교수가 BRIC 게시판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가져오면 방류농도로 희석해 마실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과학적으로 판단할 일을 주관적 느낌으로 왜곡하지 말라고 했다. 과학자의 소신이라는 외피를 입고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정치적 논쟁의 깃발을 세워버린 셈이 되었다. 오염수 방류 문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살피고, 현실적인 대안을 찾기 위한 의심들은 가짜뉴스와 선동과 왜곡이라는 프레임 안에 함께 담겨지는 중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진실-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10문 10답』은 탈핵신문미디어협동조합과 반핵의사회가 공동으로 제작한 소책자다. 반핵의사회 박찬호 운영위원과 탈핵신문 오하라 츠나키 편집위원, 탈핵신문 용석록 편집위원장이 공동으로 쓴 이 소책자에는 다음의 열 가지 질문이 수록돼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가 무엇인가, 오염수에는 어떤 방사성 물질이 포함돼 있는가, 알프스(ALPS)는 어떤 장치이며 오염수 정화를 할 수 있는가, 평상시 핵발전소가 바다에 버리는 방사성 물질과 후쿠시마 오염수는 무엇이 다른가, 오염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어떤 물질인가, 바다에 버리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는가, 오염수 해양투기로 수산물에 영향이 있는가, 오염수 해양투기는 국제법상 위반행위인가, IAEA의 검증을 믿을 수 있는가, 한국 정부와 다른 나라의 대응은 무엇인가.
지면을 통해서 10문 10답을 모두 다룰 수는 없지만, 이 소책자는 근본적인 차원에서 합리적 의심을 포함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삼중수소와 탄소-14 등을 처리하지 못하는 ALPS 설비가 방사능을 확실하게 저감할 수 있는 장치인지, 도쿄전력이 해양에 투기할 핵종 7개만 검사했으며, 해양에 투기하는 경우에도 30종만 검사하겠다고 했는데, 그 시간과 비용의 문제가 그 이유라면, 이것이 과연 올바른 과학적 데이터의 기반이 될 수 있는지. 게다가 일본의 탈핵 단체나 전문가들은, 해상 방출 외에 육상에서 장기 보관하는 방식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대형 탱크를 사용하거나 오염수에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콘크리트화하는 모르타르 고체화 등은, 바다에 배출하는 것에 비하자면 방사성 물질의 확산을 최소화할 더 나은 방법이다. 또한 보관하는 기간 동안 방사능이 줄어드는 효과 또한 기대할 수 있다. 오염수를 마시느냐 아니냐, 류의 논쟁이 무책임의 극치라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데는 수준 높은 과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방사성 물질이 화학적, 생물학적으로 다양하게 작용하며, 세슘이나 스트론튬과 같이 생물학적으로 중요한 방사성 동위원소가 먹이사슬 안에 깊숙하게 침투하리라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과학적 상식이다. 이미 기존의 방사성 물질 유출만으로도 일본 생태계에서는 생물축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세슘 검출률 46%에 이르는 농어가 있다는 것은 괴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의심과 불안은 측량되지 않는다. 의심하는 인간에게 주어진 과학적 대답은 그래서 소중하다. 그러나 종종 어떤 과학은 측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의심과 불안을 거짓으로 몰아친다. 인간의 생명만 걸지 않고, 지구생태계 전체를 걸고서 말이다.
글 | 조은영 무가지로 발행되는 서평 전문 잡지 『텍스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