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 연료전지발전소 조감도
수소경제를 비판해왔는데, 이 글에서는 수소기술 중의 하나인 연료전지를 변호하려고 한다. 인천연료전지 주민 간담회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의 눈빛이 마음 아프게 남아서다.
인천연료전지는 인천 동구 송림동 부지 8920제곱미터에 내년 12월까지 440㎾짜리 연료전지발전기 90개를 설치하는 발전소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민투표에서 96.76퍼센트의 반대율을 보이기까지 했다. 반대의 핵심적인 이유는 연료전지발전소 예정지가 6차선 도로를 끼고 주거지와 불과 250미터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일상적으로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는 곳이다. 그런데 ‘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서게 되니 아무리 그 양이 적다고 해도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발전소는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연료전지 발전소 입지 논란으로 수십 채 매물이 수백 채로 늘어나고 가격이 2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고 울상을 짓는다. 젊은 날 힘든 노동으로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 가격이 연료전지발전소 논란으로 인해 내려가는 걸 어떻게 견딜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 논란이란 것이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연료전지발전소에 대한 오해
연료전지가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가스보일러가 주거지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태양광발전기가 건물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원전과 석탄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원과 수소연료전지는 주거지 또는 건물에 들어서는 분산형 에너지원이다.
특히, 연료전지는 전기와 열을 같이 생산하고 배출가스가 거의 없어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대학건물, 도서관 같은 큰 빌딩의 지하에 연료전지발전소가 있다. 주거지 인근에 또는 건물 지하에 있는 가스열병합발전소가 전기와 열을 건물이나 도심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데 연료전지가 가스열병합발전소보다 더 깨끗하다. 국내에서도 큰 상업건물이나 도서관 등 공공건물에 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상 123층 롯데월드타워 지하에도 연료전지발전소가 있다.
자, 이제 차분히 수소와 연료전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너지전환을 하겠다는 현 정부에서 갑자기 ‘수소경제’를 들고 나왔을 때 필자는 수소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그 난관 중의 하나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제도미비도 있다고 봤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수소경제’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탈원전 정쟁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수소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담는 ‘캐리어’일 뿐이라서 수소를 만들어 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수소전기차 역시 전기차와 달리 효율성, 경제성, 충전소 확보와 수소 운송과 저장 등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가 전기차 시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수소전기차를 내세우는 건 마이너한 시장으로 스스로를 축소시키는 태도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는 이미 대세다. 이 주류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느닷없는 ‘수소경제’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정책과 우선순위가 바뀐 것처럼 시장신호를 준 꼴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발전소가 원전과 석탄발전소처럼 앞으로 철폐해야 할 기술은 아니다. 상용화에 무턱대고 대규모 예산을 투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특히, 수소는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같은 에너지원을 투입했을 때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놓일 수 없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회, 온실가스 제로 시대를 준비하는 데 수소기술 역시 필요한 기술옵션 중의 하나이다.
무시할 수 없는 수소 에너지
인류의 멸종까지도 걱정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전환은 필연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기후위기를 완화시키는 것에 더해 방사능 오염과 미세먼지 문제까지 해결하는 해답은 에너지원의 100퍼센트 재생에너지화이다. 이 과정에서 계절과 날씨, 하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원을 저장해서 필요할 때 공급하는 유연화 기술은 필수적인 기술이다.
전력망에서는 양수발전과 배터리, 그리고 수소가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아지면서 넘쳐나는 재생에너지원을 처리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남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주변 국가에 헐값으로 수출하다 못해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 활용하는 데에 정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8년에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이 40퍼센트를 넘어선 독일의 논의 수준에 비하면 이제 겨우 4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로 수소생산을 얘기하는 건 섣불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직전(201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10퍼센트에서 8년 만인 2018년에 19퍼센트로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급전을 중단하는(컷테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간 최대 비중이 57퍼센트까지 달성했는데 최근 풍력발전기의 가동 중단 조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 확보는 생각보다 훨씬 급할 수 있다.
수소는 배터리와 양수발전보다 쓰임새가 더 넓다. 수소로 연료전지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서 열병합 발전이 가능하고 수소 그 자체로 태울 수도 있어서 난방, 취사에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 같은 수송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서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코크스 대신에 환원제로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공정에 화석연료를 정제해 고탄소화시킨 코크스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제철제강산업이 미세먼지 발생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소가 코크스 대신 환원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퍼센트 이상 줄이겠다는 유럽의 나라들은 제철제강에 수소기술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기술적인 문제와 낮은 효율로 인한 낮은 경제성이다. 2050년이 되어도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래도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회,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시대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든 수소의 활용도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린수소 생산이 관건
지구 상에 수소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수소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탄소와 결합해 있거나(메탄, 유기물질) 산소와 결합해 있다(물). 수소를 추출하려면 재료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수소를 만들 것인가가 또 문제다.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그린 수소’로 나뉜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메탄 CH4)가 재료이고 고온고압으로 수소를 분리한다.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가스가 석탄만큼 더러운 연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가스로 만든 수소는 ‘그레이’ 수소이다. ‘그린 수소’는 물(H2O)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수소다. 이때 전기는 재생에너지 전기다. 재생에너지도 아무런 오염이 없이 깨끗하고 이 깨끗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면 나오는 건 산소(O2)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로 수소전기차 연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발전을 하기도 한다.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하면 열병합발전도 가능하다. 열과 전기를 얻는 발전방식은 연료전지 발전소이다.
그린수소의 시작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기껏해야 4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수소를 만들 만큼 재생에너지가 남아돌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대부분 그레이 수소 수준이다. 인천 연료전지는 그레이 수소를 쓸 예정이고 두산제품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한 열을 지역의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제품 스펙을 받아서 가스보일러와 가스발전소와 비교해봤다.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는 4등급 가스보일러가 일반적인데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다(200mg/kWh). 수도권 미세먼지 원인으로 경유 RV 차량 다음으로 주거용시설 연소가 꼽힌다. 개별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 얘기다. 꽤 비싼, 콘덴싱 보일러는 1등급 가스보일러보다 질소산화물이 적게 나온다(30~50mg/kWh). 가스발전은 가스보일러에 비해 미세먼지도 적게 나오고 효율도 좋다. 전기에 더해서 열도 생산하는 최신형 가스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30mg/kWh 수준이다. 열병합 연료전기발전소의 경우는 질소산화물 발생량이 4.5mg/kWh으로 미미하다. 가스 자체에서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고 발전소가 중지되었을 때 압력을 가하는 용도로 질소를 일부 사용하는 정도다.
건물에서 전기와 동시에 열을 사용하는 데에는 가스열병합 발전보다 연료전지가 효율은 떨어지지만 더 깨끗하다. 집단에너지로 개별난방 대신에 중앙공급식 난방을 하게 되면 환경은 더 깨끗해진다. 수소생산을 재생에너지 전기로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해답은 없는가
연료전지는 가스발전보다 효율이 낮지만 신에너지로 인정받아 전기판매 수익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까지 팔 수 있어 사업수익이 가능하다. 인천 연료전지발전 사업자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원 조성 등 다양한 안을 제시하는 것 같다. 아파트단지에 집단에너지 인프라를 적용해서 열을 나눠 쓰는 방법은 어떨까. 개별 보일러 대신 열을 공급받으면 대기오염물질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며 떨어졌던 아파트 가격이 원상회복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도 비용이 문제다. 사업자가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비용이다. 지구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늘 비용이 든다. 사업자도 살고 주민도 살고 지구도 사는 방법이 없을까.
발전소는 아파트 주변에 들어서면 안 된다고, 식모살이 20년 만에 장만한 집이 2000만 원이나 떨어졌다고 울부짖듯이 소리치던 한 아주머니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아직도 생생하다. 착한 서민들의 분노를 이용하기만 한 이들이 원망스러웠다. 책임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나의 무능도 속상한 밤이었다.
글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인천 연료전지발전소 조감도
수소경제를 비판해왔는데, 이 글에서는 수소기술 중의 하나인 연료전지를 변호하려고 한다. 인천연료전지 주민 간담회에서 만난 아주머니들의 눈빛이 마음 아프게 남아서다.
인천연료전지는 인천 동구 송림동 부지 8920제곱미터에 내년 12월까지 440㎾짜리 연료전지발전기 90개를 설치하는 발전소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주민들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주민투표에서 96.76퍼센트의 반대율을 보이기까지 했다. 반대의 핵심적인 이유는 연료전지발전소 예정지가 6차선 도로를 끼고 주거지와 불과 250미터 거리에 있다는 것이다. 이곳은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곳으로 일상적으로 대기오염이 문제가 되는 곳이다. 그런데 ‘발전소’가 추가로 들어서게 되니 아무리 그 양이 적다고 해도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발전소는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이 연료전지 발전소 입지 논란으로 수십 채 매물이 수백 채로 늘어나고 가격이 2000만 원 이상 떨어졌다고 울상을 짓는다. 젊은 날 힘든 노동으로 어렵게 장만한 아파트 가격이 연료전지발전소 논란으로 인해 내려가는 걸 어떻게 견딜 수가 있겠는가.
그런데, 그 논란이란 것이 잘못된 정보에서 시작된 것이라면?
연료전지발전소에 대한 오해
연료전지가 주거지 인근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가스보일러가 주거지에 들어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나 태양광발전기가 건물에 들어서면 안 된다는 주장과 비슷하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인 원전과 석탄발전과 달리 재생에너지원과 수소연료전지는 주거지 또는 건물에 들어서는 분산형 에너지원이다.
특히, 연료전지는 전기와 열을 같이 생산하고 배출가스가 거의 없어 가스보일러를 대체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대학건물, 도서관 같은 큰 빌딩의 지하에 연료전지발전소가 있다. 주거지 인근에 또는 건물 지하에 있는 가스열병합발전소가 전기와 열을 건물이나 도심에 공급하는 것과 같은데 연료전지가 가스열병합발전소보다 더 깨끗하다. 국내에서도 큰 상업건물이나 도서관 등 공공건물에 연료전지 발전소가 들어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상 123층 롯데월드타워 지하에도 연료전지발전소가 있다.
자, 이제 차분히 수소와 연료전지에 대해서 알아보자. 에너지전환을 하겠다는 현 정부에서 갑자기 ‘수소경제’를 들고 나왔을 때 필자는 수소경제 정책을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혀(그 난관 중의 하나는 정부의 정책의지와 제도미비도 있다고 봤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수소경제’라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탈원전 정쟁 프레임을 벗어나고자 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수소는 에너지원이 아니라 에너지를 담는 ‘캐리어’일 뿐이라서 수소를 만들어 낼 재생에너지 확대에 정책 우선순위가 있어야 한다. 수소전기차 역시 전기차와 달리 효율성, 경제성, 충전소 확보와 수소 운송과 저장 등에서 해결해야 할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세계가 전기차 시장을 향해서 달려가고 있는데 수소전기차를 내세우는 건 마이너한 시장으로 스스로를 축소시키는 태도다. 재생에너지와 전기차는 이미 대세다. 이 주류시장은 여전히 블루오션이다. 느닷없는 ‘수소경제’는 재생에너지와 전기차 확대정책과 우선순위가 바뀐 것처럼 시장신호를 준 꼴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발전소가 원전과 석탄발전소처럼 앞으로 철폐해야 할 기술은 아니다. 상용화에 무턱대고 대규모 예산을 투여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특히, 수소는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같은 에너지원을 투입했을 때 효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놓일 수 없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회, 온실가스 제로 시대를 준비하는 데 수소기술 역시 필요한 기술옵션 중의 하나이다.
무시할 수 없는 수소 에너지
인류의 멸종까지도 걱정하는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전환은 필연적으로 달성해야 할 목표이다. 기후위기를 완화시키는 것에 더해 방사능 오염과 미세먼지 문제까지 해결하는 해답은 에너지원의 100퍼센트 재생에너지화이다. 이 과정에서 계절과 날씨, 하루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재생에너지원을 저장해서 필요할 때 공급하는 유연화 기술은 필수적인 기술이다.
전력망에서는 양수발전과 배터리, 그리고 수소가 있다. 지금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이 높아지면서 넘쳐나는 재생에너지원을 처리하지 못해 곤란을 겪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남는 재생에너지 전기를 주변 국가에 헐값으로 수출하다 못해 재생에너지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생산, 활용하는 데에 정부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본격화되고 있다. 2018년에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이 40퍼센트를 넘어선 독일의 논의 수준에 비하면 이제 겨우 4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로 수소생산을 얘기하는 건 섣불러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이 후쿠시마원전사고 발생 직전(2010년) 재생에너지 비중이 10퍼센트에서 8년 만인 2018년에 19퍼센트로 급증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소의 급전을 중단하는(컷테일)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제주도 역시 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순간 최대 비중이 57퍼센트까지 달성했는데 최근 풍력발전기의 가동 중단 조치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면 남는 전기를 저장하는 기술 확보는 생각보다 훨씬 급할 수 있다.
수소는 배터리와 양수발전보다 쓰임새가 더 넓다. 수소로 연료전지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열이 발생해서 열병합 발전이 가능하고 수소 그 자체로 태울 수도 있어서 난방, 취사에 활용이 가능하다. 수소전기차 같은 수송연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나아가서 제철소에서 사용하는 코크스 대신에 환원제로도 검토되고 있다. 현재 철광석에서 철을 분리하는 공정에 화석연료를 정제해 고탄소화시킨 코크스를 사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미세먼지와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물질이 다량 발생하여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제철제강산업이 미세먼지 발생 비중이 가장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소가 코크스 대신 환원제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90년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90퍼센트 이상 줄이겠다는 유럽의 나라들은 제철제강에 수소기술 활용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앞서 설명한 기술적인 문제와 낮은 효율로 인한 낮은 경제성이다. 2050년이 되어도 경제성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있다. 그래도 재생에너지 100퍼센트 사회, 온실가스 배출 제로 시대에는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든 수소의 활용도는 무시할 수 없다.
그린수소 생산이 관건
지구 상에 수소는 어디에나 있다. 하지만 수소가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탄소와 결합해 있거나(메탄, 유기물질) 산소와 결합해 있다(물). 수소를 추출하려면 재료가 있어야 하고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 무엇으로 수소를 만들 것인가가 또 문제다. 수소는 ‘그레이 수소’와 ‘그린 수소’로 나뉜다. ‘그레이 수소’는 천연가스(메탄 CH4)가 재료이고 고온고압으로 수소를 분리한다. 그 과정에서 미세먼지나 대기오염물질은 거의 나오지 않지만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가스가 석탄만큼 더러운 연료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산화탄소가 나오니 가스로 만든 수소는 ‘그레이’ 수소이다. ‘그린 수소’는 물(H2O)을 전기분해해서 얻는 수소다. 이때 전기는 재생에너지 전기다. 재생에너지도 아무런 오염이 없이 깨끗하고 이 깨끗한 전기로 물을 분해해서 수소를 만들면 나오는 건 산소(O2)뿐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수소로 수소전기차 연료로 사용하기도 하고 발전을 하기도 한다. 발전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사용하면 열병합발전도 가능하다. 열과 전기를 얻는 발전방식은 연료전지 발전소이다.
그린수소의 시작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있다.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전기가 기껏해야 4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으니 수소를 만들 만큼 재생에너지가 남아돌지 않는다.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하는 수소는 대부분 그레이 수소 수준이다. 인천 연료전지는 그레이 수소를 쓸 예정이고 두산제품 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하고 이때 발생한 열을 지역의 집단에너지사업자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제품 스펙을 받아서 가스보일러와 가스발전소와 비교해봤다.
일반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는 4등급 가스보일러가 일반적인데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다(200mg/kWh). 수도권 미세먼지 원인으로 경유 RV 차량 다음으로 주거용시설 연소가 꼽힌다. 개별 가정에서 사용하는 가스보일러 얘기다. 꽤 비싼, 콘덴싱 보일러는 1등급 가스보일러보다 질소산화물이 적게 나온다(30~50mg/kWh). 가스발전은 가스보일러에 비해 미세먼지도 적게 나오고 효율도 좋다. 전기에 더해서 열도 생산하는 최신형 가스열병합발전소의 경우 배출하는 질소산화물은 30mg/kWh 수준이다. 열병합 연료전기발전소의 경우는 질소산화물 발생량이 4.5mg/kWh으로 미미하다. 가스 자체에서 질소산화물이 발생하지 않고 발전소가 중지되었을 때 압력을 가하는 용도로 질소를 일부 사용하는 정도다.
건물에서 전기와 동시에 열을 사용하는 데에는 가스열병합 발전보다 연료전지가 효율은 떨어지지만 더 깨끗하다. 집단에너지로 개별난방 대신에 중앙공급식 난방을 하게 되면 환경은 더 깨끗해진다. 수소생산을 재생에너지 전기로 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해답은 없는가
연료전지는 가스발전보다 효율이 낮지만 신에너지로 인정받아 전기판매 수익에 더해 신재생에너지 인증서(REC)까지 팔 수 있어 사업수익이 가능하다. 인천 연료전지발전 사업자는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서 공원 조성 등 다양한 안을 제시하는 것 같다. 아파트단지에 집단에너지 인프라를 적용해서 열을 나눠 쓰는 방법은 어떨까. 개별 보일러 대신 열을 공급받으면 대기오염물질이 현저히 줄어드는 효과를 갖게 될 것이며 떨어졌던 아파트 가격이 원상회복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것도 비용이 문제다. 사업자가 온전히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큰 비용이다. 지구를 지키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늘 비용이 든다. 사업자도 살고 주민도 살고 지구도 사는 방법이 없을까.
발전소는 아파트 주변에 들어서면 안 된다고, 식모살이 20년 만에 장만한 집이 2000만 원이나 떨어졌다고 울부짖듯이 소리치던 한 아주머니의 초점 없는 눈동자가 아직도 생생하다. 착한 서민들의 분노를 이용하기만 한 이들이 원망스러웠다. 책임 있는 해답을 제시하지도 못하는 나의 무능도 속상한 밤이었다.
글 /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