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고 공주보 하류에 넓은 모래톱이 생겨났다. 탁하고 더럽던 강물은 고운 모래톱을 통과하면서 맑아지고 물고기와 새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굳게 닫혔던 금강 3개 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강의 희망도 열렸다.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낮은 여울과 깊은 소가 생겼다. 두터운 펄층이 씻기고 깨알 같은 모래알이 쌓이고 있다. 강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생명체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적막과 어둠에 묻혔던 강이 깨어나고 있다.
물고기도 ‘산 강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4월, 작은 족대를 모래바닥에 담그고 뒷걸음질 치면서 내달리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2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모래무지가 올라왔다. 4대강사업 전에는 흔했지만, 금강에서 모래톱이 사라진 뒤 종적을 감추었던 어종이다. 다시 족대로 강바닥을 훑고 낮은 강물을 첨벙거리며 뛰어다녔다.
가는 모래는 빠져나가고 굵은 모래와 함께 올라온 작은 물고기는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였다. 모래무지는 입 양쪽에 2개의 수염이 있지만 흰수마자는 네 쌍의 수염 8개가 달렸다. 흰수마자의 생존 조건은 유속, 모래, 여울과 맑은 물이다. 모래 속에 수서곤충을 먹는 육식성 어종으로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야행성이다. 세종보 인근에서 채집된 31마리의 흰수마자는 꺼져가는 금강의 불씨를 키웠다.
이곳은 불과 2년여 전, 수문이 닫혀있을 때만해도 시궁창에서나 사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드글거렸던 곳이었다. 수문이 열리자 강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모래톱 위에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틀었고, 강변의 크고 작은 모래톱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가 알을 품는 모습도 확인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

4대강조사평가단의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해체’ 발표 이후 공주보와 시내에는 수백 장의 현수막이 걸리고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하지만 아직 강의 귀환을 낙관할 때는 아니다. 지난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세종보 철거,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발표하자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의 후신 자유한국당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연결된 일부 지역인사들은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농사지을 물도 없고, 가축 먹일 물도 없다’
‘농업용수·홍수·가뭄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반대한다’
이들은 방송 차량을 타고 공주시내를 돌면서 보 해체 반대를 외치고 다녔고 이·통장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환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도 공주보를 철거하면 농업용수가 고갈된다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인사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했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특히 공주보가 바닥까지 전면 개방된 시기는 2018년 3월이지만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수문이 개방되고 1년 동안 아무런 민원을 제기하지 않다가 정부 발표에 맞춰서 농업용수 부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짜뉴스’였다.
지난 3월부터 3달여간 물이 부족하다는 농가를 찾아다니며 수도꼭지를 틀어 확인했다. 물이 나왔다. 가축먹일 물도 없다던 축사의 수도꼭지에서도 물은 쏟아져 나왔다. 지난 5월 농번기 때에 농업용수 부족을 주장했던 지역에 가서 확인하니, 농수로에 물이 넘쳐흘렀다. ‘물의 나라’였다.
환경부가 공주대학교에 연구용역을 한 ‘지하수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 인근 제외지에 설치한 관측자료에서는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위 변화가 관측되지 않음, 금강과 쌍신뜰 지하수의 상호작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됨’으로 나타났다. 결국 공주보 개방으로 인해 주민들이 주장하는 물 부족은 거짓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농민들의 주장만 믿고 지하수 관정을 수없이 파줬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인사들의 ‘가짜뉴스’에 밀린 결정이었다.
수문을 해체할 때의 수위 역시 수문을 완전 개방할 때 수위와 다르지 않다.
물 관리 일원화 문제점
최근 공주보가 다시 닫혔다. 공주시가 지난 9월 지역 축제인 백제문화제 행사용 유등을 금강에 띄우겠다며 수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공주시는 금강 보 처리방안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수문이 개방된 상태(수심 1.5~2미터)에서 유등을 띄우는데 문제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말을 바꿔 수문을 닫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물관리 일원화법은 정부조직법, 물관리 기본법, 물관리 기술발전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으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나눠 담당해 오던 물 관리 업무 가운데 하천 관리 업무를 뺀 수자원 이용·개발 등의 업무를 환경부로 넘겨 일원화하도록 한 것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공주보는 지난 2012년 준공과 동시에 녹조가 창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는 짙어지고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반복됐다.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급기야 환경부가 지정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수생태 4급수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발견됐다. 4급수는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업무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16개 보 가운데 녹조 우려가 높은 6개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했다. 4대강 민관조사·평가단은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지난 2월 22일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의 부분해체를 제시한 상태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최종안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사 후 2017년 6월 첫 개방에 나선 공주보는 2018년 1월 바닥까지 전면 개방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4일 백제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공주시는 그해 백제문화제 기간 중 공주대교·백제큰다리 구간에 유등을 띄우기 위한 수심확보가 필요하다고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는 민관협의체에 논의를 걸쳐 단 한 번이라는 약속을 받고 수문을 닫아줬다. 그런데 2019년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공주시가 요청한 공주보 담수를 놓고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를 걸쳤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다음날 일방적으로 수문을 닫아 버렸다. 이 과정에서 금강 수계 협의체와 충남도 협의체 등과는 논의조차 없었다.
백제보 수문도 10월 21일 다시 닫혔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백제보 협의체에서만 단 한번 논의를 걸쳤을 뿐, 금강 수계 협의체와 충남도 협의체 등과는 논의조차 없었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의 수문을 여닫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민관협의체에 협의를 걸쳐야만 했다. 그러나 물관리일원화로 모든 권한이 환경부로 넘어온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수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부가 보 지킴이로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관협의체는 하나의 들러리로 전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지난 10년을 4대강 취재에만 매달려온 기자는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바른 소신을 가진 전문가도 보았다. 그러나 다수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악으로 보였다. 언젠가 민관합동조사단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4대강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부터 4대강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하던 전문가들이 보 수문개방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문을 열어 강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측과 더 닫아놓고서 오랫동안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는 측의 설전이 벌어졌다. 왜 이들은 같은 강을 놓고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까? 강이 썩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더 닫아 놓고 더 많은 연구용역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했다.
어쩌면 그들은 더 강이 썩고 망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정부가 수생태 환경을 개선하고 수질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다. 그렇게 정부 용역을 발주 받아 자신의 배를 채우고 조그만 한 개선효과를 놓고서 유능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것이다. 어쩌면 금강을 평생 우려먹는 밥벌이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은 내 주장만이 아니다. 4대강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문이 열린 강은 살았고, 닫힌 강은 죽었다. 일부 정치인 등에 의해 휘둘리지 말고 4대강사업으로 죽은 강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금강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금 낙동강은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에 국민 세금 22조2000억 원을 부었고, 지금도 4대강에서 녹조를 생산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혈세가 4대강 보의 유지관리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열고 보의 해체 등 중장기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
글・사진 /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백제보 수문이 개방되고 공주보 하류에 넓은 모래톱이 생겨났다. 탁하고 더럽던 강물은 고운 모래톱을 통과하면서 맑아지고 물고기와 새들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굳게 닫혔던 금강 3개 보의 수문이 열리면서 강의 희망도 열렸다. 세종보와 공주보 사이에는 크고 작은 모래톱이 만들어지고 낮은 여울과 깊은 소가 생겼다. 두터운 펄층이 씻기고 깨알 같은 모래알이 쌓이고 있다. 강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생명체들이 다시 돌아오기 시작하면서 적막과 어둠에 묻혔던 강이 깨어나고 있다.
물고기도 ‘산 강의 귀환’을 알렸다. 지난 4월, 작은 족대를 모래바닥에 담그고 뒷걸음질 치면서 내달리기를 반복했다. 처음에는 20센티미터 정도 크기의 모래무지가 올라왔다. 4대강사업 전에는 흔했지만, 금강에서 모래톱이 사라진 뒤 종적을 감추었던 어종이다. 다시 족대로 강바닥을 훑고 낮은 강물을 첨벙거리며 뛰어다녔다.
가는 모래는 빠져나가고 굵은 모래와 함께 올라온 작은 물고기는 멸종위기종 1급 ‘흰수마자’였다. 모래무지는 입 양쪽에 2개의 수염이 있지만 흰수마자는 네 쌍의 수염 8개가 달렸다. 흰수마자의 생존 조건은 유속, 모래, 여울과 맑은 물이다. 모래 속에 수서곤충을 먹는 육식성 어종으로 빛의 양에 따라 동공이 커졌다가 작아지는 야행성이다. 세종보 인근에서 채집된 31마리의 흰수마자는 꺼져가는 금강의 불씨를 키웠다.
이곳은 불과 2년여 전, 수문이 닫혀있을 때만해도 시궁창에서나 사는 최악 수질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가 드글거렸던 곳이었다. 수문이 열리자 강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다는 증거다. 모래톱 위에 꼬마물떼새가 둥지를 틀었고, 강변의 크고 작은 모래톱에서는 멸종위기종 2급인 흰목물떼새가 알을 품는 모습도 확인했다.
가짜뉴스와의 전쟁
4대강조사평가단의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해체’ 발표 이후 공주보와 시내에는 수백 장의 현수막이 걸리고 가짜뉴스가 나돌았다
하지만 아직 강의 귀환을 낙관할 때는 아니다. 지난 2월 4대강조사평가기획위원회가 세종보 철거,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 부분해체, 백제보 상시개방 등의 내용을 담은 금강-영산강 보처리 방안을 발표하자 4대강사업을 주도했던 한나라당의 후신 자유한국당이 적극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과 연결된 일부 지역인사들은 ‘공주보철거반대투쟁위원회’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아래와 같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물 부족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우리 농민 다 죽인다’
‘농사지을 물도 없고, 가축 먹일 물도 없다’
‘농업용수·홍수·가뭄 대책 없는 공주보 철거는 반대한다’
이들은 방송 차량을 타고 공주시내를 돌면서 보 해체 반대를 외치고 다녔고 이·통장을 통해 지역주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아 환경부에 전달하기도 했다. 일부 언론도 공주보를 철거하면 농업용수가 고갈된다는 자유한국당과 일부 인사들의 주장을 대서특필했다. 이런 주장을 그대로 믿어야 할까?
특히 공주보가 바닥까지 전면 개방된 시기는 2018년 3월이지만 이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이다. 수문이 개방되고 1년 동안 아무런 민원을 제기하지 않다가 정부 발표에 맞춰서 농업용수 부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짜뉴스’였다.
지난 3월부터 3달여간 물이 부족하다는 농가를 찾아다니며 수도꼭지를 틀어 확인했다. 물이 나왔다. 가축먹일 물도 없다던 축사의 수도꼭지에서도 물은 쏟아져 나왔다. 지난 5월 농번기 때에 농업용수 부족을 주장했던 지역에 가서 확인하니, 농수로에 물이 넘쳐흘렀다. ‘물의 나라’였다.
환경부가 공주대학교에 연구용역을 한 ‘지하수 정밀조사’ 결과에 따르면 ‘금강 인근 제외지에 설치한 관측자료에서는 보 개방에 따른 지하수위 변화가 관측되지 않음, 금강과 쌍신뜰 지하수의 상호작용은 크지 않은 것으로 예상됨’으로 나타났다. 결국 공주보 개방으로 인해 주민들이 주장하는 물 부족은 거짓이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경부는 농민들의 주장만 믿고 지하수 관정을 수없이 파줬다. 자유한국당과 일부 인사들의 ‘가짜뉴스’에 밀린 결정이었다.
수문을 해체할 때의 수위 역시 수문을 완전 개방할 때 수위와 다르지 않다.
물 관리 일원화 문제점
최근 공주보가 다시 닫혔다. 공주시가 지난 9월 지역 축제인 백제문화제 행사용 유등을 금강에 띄우겠다며 수문을 닫아달라고 요청했고 환경부가 이를 받아들인 결과였다. 공주시는 금강 보 처리방안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해 수문이 개방된 상태(수심 1.5~2미터)에서 유등을 띄우는데 문제가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혀왔지만, 말을 바꿔 수문을 닫았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물관리 일원화법은 정부조직법, 물관리 기본법, 물관리 기술발전 및 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안으로, 국토교통부와 환경부가 나눠 담당해 오던 물 관리 업무 가운데 하천 관리 업무를 뺀 수자원 이용·개발 등의 업무를 환경부로 넘겨 일원화하도록 한 것이다. 물관리 일원화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공주보는 지난 2012년 준공과 동시에 녹조가 창궐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녹조는 짙어지고 물고기 집단 폐사가 반복됐다. 태형동물인 큰빗이끼벌레가 창궐하고 급기야 환경부가 지정한 최악의 오염지표종인 수생태 4급수 실지렁이와 붉은깔따구가 발견됐다. 4급수는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병을 일으킬 수 있는 물로 공업용수 2급, 농업용수로만 사용 가능하다.
2017년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4대강의 수질 개선을 위해 업무지시를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선 16개 보 가운데 녹조 우려가 높은 6개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겠다고 했다. 4대강 민관조사·평가단은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등을 면밀히 조사하고 지난 2월 22일 공주보 공도교 유지 수문의 부분해체를 제시한 상태로 국가물관리위원회의 최종안을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사 후 2017년 6월 첫 개방에 나선 공주보는 2018년 1월 바닥까지 전면 개방상태에 들어갔다. 그러나 지난해 8월 24일 백제보 회의실에서 열린 제5차 금강수계 보 개방 민·관협의체 회의에 참석한 공주시는 그해 백제문화제 기간 중 공주대교·백제큰다리 구간에 유등을 띄우기 위한 수심확보가 필요하다고 공주보 수문을 닫아 달라고 요청했다.
환경부는 민관협의체에 논의를 걸쳐 단 한 번이라는 약속을 받고 수문을 닫아줬다. 그런데 2019년 똑같은 일이 반복된 것이다. 공주시가 요청한 공주보 담수를 놓고 민관협의체에서 논의를 걸쳤으나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환경부는 다음날 일방적으로 수문을 닫아 버렸다. 이 과정에서 금강 수계 협의체와 충남도 협의체 등과는 논의조차 없었다.
백제보 수문도 10월 21일 다시 닫혔다. 이 문제도 마찬가지다. 백제보 협의체에서만 단 한번 논의를 걸쳤을 뿐, 금강 수계 협의체와 충남도 협의체 등과는 논의조차 없었다.
4대강사업으로 건설된 보의 수문을 여닫기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 환경부, 민관협의체에 협의를 걸쳐야만 했다. 그러나 물관리일원화로 모든 권한이 환경부로 넘어온 상태에서는 언제든지 수문을 여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환경부가 보 지킴이로 나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민관협의체는 하나의 들러리로 전략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흐르는 강물처럼
지난 10년을 4대강 취재에만 매달려온 기자는 수많은 전문가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올바른 소신을 가진 전문가도 보았다. 그러나 다수는 개인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악으로 보였다. 언젠가 민관합동조사단 회의에 참석했을 때의 일이다. 4대강사업에 참여한 전문가부터 4대강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하던 전문가들이 보 수문개방을 놓고 열띤 토론을 하는 자리였다.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수문을 열어 강의 숨통을 터줘야 한다는 측과 더 닫아놓고서 오랫동안 연구용역을 해야 한다는 측의 설전이 벌어졌다. 왜 이들은 같은 강을 놓고서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일까? 강이 썩어가는 모습을 보면서도 더 닫아 놓고 더 많은 연구용역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해답은 간단했다.
어쩌면 그들은 더 강이 썩고 망가져야 한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그래야만 정부가 수생태 환경을 개선하고 수질개선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할 것이다. 그렇게 정부 용역을 발주 받아 자신의 배를 채우고 조그만 한 개선효과를 놓고서 유능한 전문가로 인정받을 것이다. 어쩌면 금강을 평생 우려먹는 밥벌이로만 생각할 수도 있다. 이것은 내 주장만이 아니다. 4대강사업을 줄기차게 반대해온 전문가들도 같은 지적을 하고 있다.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으로 내걸고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이제라도 국민과의 약속을 실현하기 위한 확실한 의지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수문이 열린 강은 살았고, 닫힌 강은 죽었다. 일부 정치인 등에 의해 휘둘리지 말고 4대강사업으로 죽은 강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
금강의 경우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금 낙동강은 수문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4대강사업에 국민 세금 22조2000억 원을 부었고, 지금도 4대강에서 녹조를 생산하기 위해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의 혈세가 4대강 보의 유지관리비용으로 쓰이고 있다. 가뜩이나 힘겨운 경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보의 수문을 열고 보의 해체 등 중장기 대안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
글・사진 / 김종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