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더 늦기 전에 돌아오라 남한강

2019-11-01


여주교에 쌓인 동양하루살이 사체


한강은 시대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불려왔다. 삼국시대 초기에는 한반도의 중간 허리부분을 띠처럼 둘렀다는 뜻에서 ‘대수(帶水)’라고 불렀고 고구려는 ‘아리수(阿利水)’라고 불렀다. 후에 백제가 ‘한수(漢水)’라고 부른 뒤부터 한수 또는 지금의 이름인 한강(漢江)으로 불리게 되었다.

 한강은 금강산에서 흘러내린 북한강과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 대덕산 남쪽의 금대봉 검룡소에서 발원한 남한강이 두물머리(양수리)에서 만나 서해로 흐르는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이다. 백두대간을 타고 흐르는 남한강은 북한강에 비해 유역 규모가 큰데 예로부터 강원, 충청, 영남, 경기를 지나면서 서울로 물자를 수송하던 수로였다. 산은 물을 만들고 물은 길을 만들고 길은 삶을 만들어 한강 유역권의 생태역사문화를 만들어 왔다. 

 

단양쑥부쟁이와 바꾼 것들

이포보 상류에는 물의 정체로 인한 수면의 온도가 올랐고 녹조가 발생, 급기야 물고기까지 폐사했다


2009년 이명박 정부는 한강을 살리겠다며 대대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강바닥을 파내고 강 길을 막는 보를 3개나 세웠다. 4대강사업 완공 후 남한강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6년부터 경기환경운동연합은 전문가와 함께 남한강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4대강사업 후 남한강 수변은 생태계교란식물인 가시박이 점령했다. 성장속도가 빠르고 종자가 멀리까지 퍼지는 가시박은 수변부 사면이나 주변 관목류를 덮어가며 그 면적을 넓히고 있다. 

4대강사업 전 남한강은 세계 유일의 단양쑥부쟁이 자생 군락지였다. 우리나라에만 서식하는  단양쑥부쟁이는 각종 하천개발로 그 서식지가 점차 줄어들어 멸종위기에 놓이자 환경부가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남한강 모래강변의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는 4대강사업으로 사라졌다. 당시 이에 대한 문제가 벌어지자 정부는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단양쑥부쟁이를 보호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대체서식지 및 자생지를 알리는 푯말은 글씨가 전혀 남아있지 않은 하얀 백지 상태로 덩그러니 놓여 있고, 단양쑥부쟁이 대신에 달뿌리 풀과 싸리나무만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단양쑥부쟁이 군락지로써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남한강 어류도 변했다. 4대강사업 전인 2008년 환경부의 수생태 건강성 조사에서 남한강은 우리나라 주요 하천 가운데 어류 생태가 가장 건강한 곳으로 평가됐던 곳이다. 지금도 그럴까. 4대강사업 후 대부분의 조사 구간에서 외래도입종인 블루길과 배스가 출현하였다. 이들 종은 강한 포식자로써 담수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어 환경부에서 생태계 교란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관리하고 있다. 남한강에서 활동하는 한 어민은 “예전에는 다슬기를 한 번 채취하면 약 22킬로그램 정도 수확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슬기를 채취해도 대부분 골거나 썩은 상태다. 20킬로그램 정도는 폐사된 다슬기고 겨우 2킬로그램 정도만 채취가 가능하다.”고 했다. 또 다른 어민은 “4대강사업 이전에는 참게가 많았으나 지금은 거의 없고 실지렁이와 죽은 재첩만 나온다. 물고기는 과거에 비하여 40050퍼센트 정도 줄었다. 물고기의 주요 산란처인 여울이 전부 사라졌기 때문”이라며 “급수 높은 물에 서식하는 어종은 줄고 급수 낮은 물에 서식하는 붕어와 같은 종이 생기고 있다.”고 전했다. 어민들은 보 때문에 어업활동도 제한을 받고 있다고 했다. 예전에는 구역별로 허가된 지역에서 어업 활동을 했으나, 지금은 보를 중심으로 상류 500미터, 하류 500미터에서의 어업 활동이 금지됐다. 결국 강천보, 여주보, 이포보를 끼고 있는 전체 3킬로미터에 걸쳐 어업활동을 못하고 있다. 어민들은 “보에 갇힌 상황”이라고 이야기 했다.

 이포보 상류에는 물의 정체로 인한 수면의 온도가 올랐고 녹조가 발생, 급기야 물고기까지 폐사했다. 일부에서 남한강은 녹조가 없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난해와 올해는 다른 지역에 비해 강수량이 많아 수문이 열리는 날이 많아서 그나마 녹조 피해가 덜했을 뿐이다. 보에 막힌 이상 남한강은 녹조로부터 안심할 수는 없다. 새하얗게 모래가 펼쳐졌던 강바닥은 유기물질이 쌓이고 썩으면서 시커멓게 변하고 악취마저 내뿜고 있다. 이곳이 2천만 서울시와 수도권 시민의 상수원이라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4대강사업 후 기괴한 현상도 생겼다. 여주시에 동양하루살이가 대발생하는 사례가 빈번해진 것이다. 일반 하루살이보다 크기가 큰 동양하루살이는 5월 중순에 가장 높게 발생하며, 6월과 7월에도 발생은 계속된다. 특히 5월 중순 집단발생 시기에는 야간에 성충 우화장소 주변의 주택가와 상가에 켜놓은 강한 빛에 집단적으로 유인되어 사람들로 하여금 혐오감을 불러일으킨다. 상인들은 경제적 손실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야간에 산책을 하거나 운동하는 사람들이 불쾌감을 호소하는 등 많은 민원을 발생시키고 있다. 동양하루살이 유충은 하천이나 강 등의 물속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현재 유충방제는 거의 불가능하다. 동양하루살이 성충을 방제하기 위한 살충제 사용은 고비용과 환경오염의 문제가 발생될 소지가 매우 크다.

 동양하루살이의 창궐은 4대강사업과 무관하지 않다. 수중번식을 하는 동양하루살이는 물이 흐르면 번식할 수 없다. 남한강이 보에 막혀 유속이 느려지고 곳곳에 고인 물이 많아지면서  동양하루살이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보 개방하자

지난 8월 6일 남한강 보 해체와 자연성 회복을 위한 경기도민회의가 출범했다


2018년 시민환경연구소가 여주구간에 설치된 보 개방과 관련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주시민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보를 개방해야 한다는 의견에 44.3퍼센트가 응답했다. 반면, 개방을 반대한 응답은 13.3퍼센트에 불과했다. 사업 초기 4대강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기대도 있었지만 사업 완공 후 5년 이상이 경과하면서 그 기대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4대강사업 전 여주시 일대의 남한강 수역은 여울과 유수역, 소 등 다양한 서식지 환경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과거 조사(백과 김, 2011; 2012)에는 여주 일대의 남한강 수역에서 꾸구리, 돌마자, 참종개, 새코미꾸리, 대륙종개, 새코미꾸리, 퉁가리, 밀어, 민물검정망둑 등 다양한 여울성 어류들이 조사된 바 있다. 특히 꾸구리와 돌상어는 대표적인 멸종위기야생생물(환경부, 2012)이다. 아이들은 강가 모래사장에서 뛰놀았다. 하지만 4대강 보 공사로 인해 여울과 유수역 등 물고기 산란처와 서식처는 사라졌다. 모래사장은 물에 잠기고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수심 405미터 정도의 깊은 호수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이포보 수문을 개방하자 보 주변의 모래톱과 여울, 바위 등 4대강사업 공사 전 남한강의 모습이 드러났다. 수문이 개방된 이포보와 여주보 사이 구간에서 수달의 흔적도 확인할 수 있었다. 4대강사업 이후 사라졌던 흰목물떼새와 노랑부리저어새도 다시 돌아왔다. 이후 수문은 다시 닫혔지만 보를 개방한다면, 남한강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줬다. 

 더 이상 남한강을 가두어 놓는 일은 그만하자. 보랏빛으로 가을을 알리던 단양쑥부쟁이, 강물과 함께 흐르던 금빛 모래, 여울 소리, 모래사장에서 뛰놀던 아이의 웃음소리, 그 모습이 그립지 않은가. 

 

글・사진 / 서경옥 경기환경운동연합 교육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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